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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나머지

15세 소녀, 5년 이상의 해외생활.

by 안 2020. 6. 25.

새로움과 행복, 슬픔과 그리움.

 

나는 15살, 중학교 2학년이다.

나는 인도에서 5년을 살았고 이제는 멕시코에서 살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과 그 당시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적는다. 

 

인도를 처음 갔을 때는 8살이었다. 인도 공항에 첫 발을 디딘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소들이 도로를 누비고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전날 밤에 비가 온탓인지 흙에 비가 스며들어 자연의 향기가 나를 감쌌다. 나는 이 환경이 새롭고 낯설었지만 한 편으로는 정말 기대가 되었다. 먼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국과 완전 다른 이곳에서의 5년 생활은 기대 이상이었다. 

 

나는 국제학교를 다녔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어린이집부터 고등학생까지 다 같이 다니던 아주 큰 학교였다.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하였지만, 우리 집 기사 삼촌과 동생과 웃으며 얘기를 나누면 금방 도착했다. 나는 학교 생활을 잘했다. 우리 학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언어를 어린 나이에 빨리 습득하고 각 나라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놀았다. 또한 3학년 이후에는 언어를 선택해서 배워야 했다. 그때 스페인어를 배워놓은 덕분에 지금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매년 학교의 큰 행사 중 하나였던 크리스마스 행사를 할 때면, 초등학생과 중학생 부모님께서 다 오셨는데, 나는 기적처럼 4년 연속 사회를 맡았다. 성실한 태도와 활기찬 기운이 좋다고 선생님들께서 매년 나에게 사회를 맡으시게 하셨다. 한국과 너무 달랐지만 나는 이곳이 좋았다. 미술시간에는 학교에 전시할 수 있는 코끼리 동상을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 같이 모여 같이 만들었고, 하교하기 전에는 선생님께서 책을 읽어주시는 것을 양탄자에 앉아 들었다. 학생회에 참여했고 반장이었다. 체육시간이면 수영 연습을 하고, 핼러윈에는 학교를 친구들과 누비며 분장을 하고 Trick Or Treat을 외치며 다녔다. 큰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미끄러워 틀을 타다가 급식소에서 오렌지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때는 천국 같았다. 

 

외국 친구들과 태권도를 배우기도 했고, 옆집 인도 아이들과도 말이 잘 통해서 자주 놀았다. 동네에서 줄넘기를 하거나 바닥에 색분필로 그림도 그렸다. 친구들과 길고양이를 잡아서 키우려고도 해보았다. 그리고 가끔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또한 '한글학교'라고 토요일마다 학교에서 한국 아이들에게 한국 교과서로 학부모님들께서 한국 교과 과정에 맞게 가르쳐 주시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5년 동안 극 적인 일들, 슬픈 일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그 모든 게 지금의 나를 형성하게 도와주었다. 나는 아빠의 회사가 다시 한국으로 발령 날 때쯤 다시 한국으로 가야 했다. 인생의 절반 정도를 인도에서 보낸 나는 수많은 선생님 친구들이랑 헤어져야 했다. 너무 울고 싶었지만 엄마께서는 공항 밖에서부터 울고 계셨기 때문에 나는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공항 안에 들어가서 울음이 터졌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눈물을 참기는 어려웠다.

 

나는 5학년 2학기에 처음 한국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2학기에 입학했어도 문제없이 잘 지냈다. 내 반에는 중국에서 살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말이 잘 통했다. 그 친구랑은 아직 잘 지내고 이제는 나에게 아주 소중한 친구다. 그 친구로 인해 학교가 더 재미났던 건 사실이다.

 

그 후의 6학년은 나에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느낌이었다. 수학여행도 가고, 좋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로 인하여  인상 깊었던 해 중의 하나이다. 인도에서는 치안이 좋은 편이 아니라 나 혼자 멀리 다니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6학년이 된 후 친

구들과 애견카페, 중국집, 노래방, 스케이트장, 문구점, 마트, 백화점, 만화방 등등 을 다녔다. 그들에겐 평범했어도, 나는 부모님 없이 친구들과 놀러 다닌 게 처음이라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중1이 되고 반배정을 학교 홈페이지로 알렸던 날에는 우리 집에서 중국에서 지내던 친구랑 같이 확인했다. 반배정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새로고침'을 수십 번 했던 그 날은 참 특별했다. 6학년 때 많이 친했던 친구랑 중1 때 또 같은 반이 될 때, 중국에서 온 아이와 또 같은 반이 됐을 때, 내가 아끼는 친구들과 같은 반을 한번 더 할 생각에 날아오를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중1도 괜찮았고 재미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내려가서 축구하고 새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반장도 했었다. 그때 좋은 학년 부장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항상 문제를 해결해주시고, 고민 상담도 해주셨다. 그 선생님의 국어 시간이 나는 매일 기다려졌다. 그 선생님 시간에 답을 하려고 국어 교과서를 미리 읽었고 국어 용어들을 외우기도 하였다. 중1에는 존경할만한 선생님이 생겼고, 책에서만 설명하던  '진짜' 친구가 누군지 스스로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또 중학교 1학년까지 나는 한국에서 지냈고 중학교 1학년 말에 아빠 회사가 멕시코에 발령이 났다. 2019년 12월 7일에  멕시코로 떠났다.

 

여기 멕시코에서도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제 8학년이 끝났고 여기서는 4점 만점에 평균 3.8점을 기록했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추천으로 토론팀에 들어가서 감독 역을 맡고 있고 멋지게 지내는 중이다. 이제 여기 온 지 201일이 지났다. 15년 동안 5년을 인도에서 보냈고 이제 4-5년 정도를 멕시코에서 보낼 예정이다. 

 

지금까지 내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감사하다.

 

앞으로의 생활은 여기 기록하도록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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